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카테고리 없음 2024. 8. 17. 06:02

산다는 일, 
호흡하고 말하고 미소할 수 있다는 일, 귀중한 일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닌가.
지금 나는 아주 작은 것으로 만족한다.

한 권의 책이 맘에 들 때 
또 내 맘에 드는 음악이 들려올 때 또 마당에 핀 
늦장미의 복잡하고도 엷은 색깔과 향기에 매혹될 때 
또 비가 조금씩 오는 거리를 혼자서 걸었을 때 나는 
완전히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 
진한 커피, 향기로운 포도주. 
생각해 보면 나를 기쁘게 해주는 것들이 너무 많다.

햇빛이 금빛으로 
사치스럽게 그러나 숭고하게 쏟아지는 길을 걷는다는 
일 살고 있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전혜린에세이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긴방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