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지셔닝' 마케팅 전략과 현대자동차

'리포지셔닝' 마케팅 전략과 현대자동차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0년 5월 28일 금요일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고객들에게 자동차를 판매한 뒤, 고객이 1년 내에 실직할 경우 해당 자동차를 다시 사주겠다는 약속을 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당시 다른 기업들은 그저 낮은 가격을 제공하거나, 1개를 사면 1개를 덤으로 주거나 할인해주는 방식의 가격정책을 제시할 뿐이었다.
하지만 현대가 제시한 것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였다. (15p)
스티브 리브킨 & 잭 트라우트 지음, 이유재 옮김 '리포지셔닝 Repositioning - 경쟁과 변화, 위기 시대의 마케팅' 중에서 (K-Books(경문사,케이북스))
'포지셔닝'... 고객의 마인드에 기업이나 브랜드의 존재를 차별화시켜 자리 잡게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저자가 오래전에 제시했던 마케팅 용어이지요. 
저자인 잭 트라우트는 '리포지셔닝'도 강조했습니다. 기업 자신이나 경쟁기업 등에 대한 인식(perception)을 조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열한 경쟁과 변화, 그리고 위기의 상황에서 기업이 계속 살아남고 성장하려면 포지셔닝은 물론 이런 리포지셔닝 전략도 중요하지요.
 
그런데 트라우트가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 리포지셔닝 사례로 현대자동차를 들었더군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현대차가 미국시장에서 내놓아 주목을 끌었던 프로모션입니다. 현대차를 구매한 고객이 1년 내에 직장을 잃으면 그 차를 다시 사주겠다는 내용이었지요.
트라우트는 다른 회사들이 단순한 가격할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던 상황에서 현대차의 이런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들에게 '가격'이 아닌 '가치'를 제시해주었다고 말합니다. 위기 상황에서 단순한 가격 프로모션은 효과가 없으며 이렇게 '가치'를 중심으로 기업을 리포지셔닝해야한다는 겁니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와 일본 도요다자동차의 리콜사태로 현대차는 세계시장에서 자신의 위치를 크게 강화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독과점 구조하에서 계속 인상되고 있는 차량가격, 파업, 애프터서비스 등을 이유로 비판도 많이 받고 있지요.
저도 개인적으로 얼마전 현대차를 구매하면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가급적 국산차를 구매하려다보니 현대기아차로 결정했는데, 구매과정이나 출고 이후에 "아직 갈 길이 멀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출고 직후에 차량을 AS센터에 잇따라 두 번 맡겨야 했었는데, 모두 '작은 마무리'가 안됐기 때문이었습니다. 조금만 더 신경을 쓰면 AS 때문에 소비자들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을 수 있는데 말입니다. 글로벌 일류 기업으로서 부족한 부분입니다.

현대차가 미국의 마케팅 서적에 성공 사례로 언급되는 것을 보며 반갑기도 했지만, 이제는 미국시장 뿐만 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생각입니다. 
 
미국시장에서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가격할인'이 아닌 '따뜻한 가치'를 제시해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던 현대자동차. 이런 현대차의 리포지셔닝 전략은 미국 뿐아니라 한국시장에서도 꼭 필요해 보입니다.

출처 : 예병일의 경제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