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쇼크'와 기준금리 동결(연1.5%)

'위안화 쇼크'와 기준금리 동결(연1.5%)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8월 13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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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였으나 메르스 사태의 충격 등으로 위축되었던 소비와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면에서는 고용률이 전년동월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실업률은 구직활동 증가 등으로 전년동월대비 상승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메르스 사태의 소멸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통화정책방향' 중에서(한국은행, 2015.8.13)
 
중국이 위안화를 사흘째 평가절하하는 '위안화 쇼크'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했습니다.
 
한은은 13일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로 동결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 1년간의 기준금리 상황을 정리해보면, 그동안 총 1% 포인트가 하락했지요. 작년 8월, 10월, 올해 3월, 6월에 각각 0.25%포인트씩 떨어진 겁니다. 7월과 8월 연속, 두 달째 동결인 셈입니다.
 
당초에도 이번 달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아래의 이유들 때문이었지요.
- 미국의 금리 인상 임박(9월 또는 12월로 예상).
- 계속 급증하고 있는 가계부채.
- 두달밖에 안된 6월의 기준금리 인하 효과와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의 효과를 좀 더 지켜볼 필요성.
 
하지만 그제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 조치가 금융시장을 강타해 그것이 변수가 될 것인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일각에서 금리 인하로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결과는 금통위원 만장일치의 동결이었습니다. 위에 정리한 3가지 이유들을 중국변수가 바꾸지 못한 셈입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위안화 절하문제를 이렇게 정리했더군요.
"수출 경쟁력이나 자본유출 측면에서 영향을 나타내겠지만 이 영향은 상당히 복합적이다. 수출이나 자본흐름에 어떠한 영향을 줄지 앞으로 위안화 환율이 어떻게 진전되느냐 여부를 지켜보며 판단하겠다."
 
물론 미래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국경제 둔화와 그에 따른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둔화 때문입니다.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이 문제를 이렇게 표현했더군요.
 
"앞으로 국내경제는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메르스 사태의 소멸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아래의 '통화정책방향' 전문도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통화정책방향>
 
□금융통화위원회는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현 수준(1.50%)에서 유지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하기로 하였다.
 
□세계경제를 보면, 미국에서는 회복세가 지속되고 유로지역에서도 개선 움직임이 이어졌다. 중국 등 신흥시장국의 성장세는 계속 둔화되었다. 앞으로 세계경제는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나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및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증대, 신흥시장국의 성장세 약화 등에 영향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국내경제를 보면,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하였으나 메르스 사태의 충격 등으로 위축되었던 소비와 경제주체들의 심리는 개선되는 모습을 나타내었다. 고용 면에서는 고용률이 전년동월 수준을 유지하였으나 취업자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실업률은 구직활동 증가 등으로 전년동월대비 상승하였다. 앞으로 국내경제는 확장적인 거시경제정책, 메르스 사태의 소멸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되나 성장경로의 불확실성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7월중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기요금 인하에도 불구하고 서비스가격의 오름폭 확대로 전월과 같은 0.7%를 나타내었으며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전월과 동일한 2.0%를 기록하였다. 앞으로 물가상승률은 저유가의 영향 등으로 낮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주택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서 오름세가 이어졌다.
 
□금융시장에서는 미 연준의 정책금리 인상기대, 중국 위안화 절하 등의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은 큰 폭 상승하였다. 장기시장금리는 주요국 금리의 움직임 등을 반영하여 하락하였다.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예년 수준을 크게 상회하는 증가세를 이어갔다.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으로 성장세 회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안정기조가 유지되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가계부채의 증가세, 미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 및 일부 신흥시장국의 금융불안 등 해외 위험요인, 자본유출입 동향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다.
 
 

 

기업성공, 브랜드보다 상품의 절대가치에 달려 있다

기업성공, 브랜드보다 상품의 절대가치에 달려 있다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8월 12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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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반응을 빠르게 추적하는 기업만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이는 단지 혁신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고품질의 상품을 제조하는 추격기업도 새로운 시대에 이득을 볼 수 있다. 이들이 고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내놓으면 소비자들의 인정을 받게 될 것이다.
반면 시장 선도자의 이점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소비자들이 품질을 평가할 수 있게 되면 경쟁 완화를 위한 시장 선도자의 이점은 사라지고 합법적인 카피 캣 전략이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이 활용될 것이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은 더 많은 경쟁자가 존재한다는 의미이며 치열한 경쟁은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의미다. (255쪽)
 
 
"기업의 성공이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에 달려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타마르 시몬슨 스탠퍼드대 교수는 인터넷의 투명성이 마케팅의 개념을 바꾸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상품과 서비스의 품질을 보다 쉽게 평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브랜드 자산, 고객충성도, 품질 평가에 대한 어려움, 상품 인지도 등 예측 가능한 요인들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상품에 문제가 있거나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경우 마케팅에서 브랜드나 고객충성도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소비자들은 더 좋은 결정을 내리게 되고 기업들은 상품에 대한 미래 경험을 평가하는 소비자들의 능력 대문에 더 좋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 것이다."
 
브랜드에 덜 '현혹'되는 소비자, 소비자의 의견을 수용해 상품의 '절대 가치'를 높여야 성공할 수 있는 기업...
인터넷이 바꾸고 있는 시장과 마케팅의 모습입니다. 
 

'새의 눈'과 '발의 눈'을 번갈아 사용하는 독서

'새의 눈'과 '발의 눈'을 번갈아 사용하는 독서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8월 10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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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어떤 일이나 사회, 세계를 보는 시점은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전지의 시선으로 세계를 위에서 내려다보듯 조망하는 '새의 눈'이고, 또 하나는 편재하는 눈으로 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보는 '발의 눈'입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는 이처럼 전지한 '새의 눈'이 조감하는 묘사와 주인공 등이 한 지점에 한정적으로 머물며 관찰하는 '발의 눈'에 의한 묘사로 성립됩니다. 독서할 때도 이것을 번갈아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238쪽)
 
 
오래전 경제노트에서 '헬리콥터 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2007년 3월15일자 경제노트 '헬리콥터 뷰와 리더의 시각'이니, 8년 전의 경제노트였네요.
 
리더는 너무 높은 위치에서 보아서도 안되고, 너무 낮은 위치에서 보아서도 안된다, 헬리콥터와 비슷한 위치에서 보아야 지형과 현장을 정확하게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경영자는 때로는 항공기의 높이에서 큰 그림을 보아야하고, 때로는 땅으로 내려와 흙을 만져보아야겠지만, 항상 '헬리콥터 뷰'로 돌아가려는 마인드를 잊지 말아야 하지요.
 
그런데 일본의 유명한 독서가인 마쓰오카 세이고가 독서에서 비슷한 말을 했더군요. 
전지의 시선으로 세계를 위에서 내려다보듯 조망하는 '새의 눈'이 있고, 편재하는 눈으로 세계 안으로 들어가서 보는 '발의 눈'이 있는데, 독서를 할 때 이 시각을 번갈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야 그 책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이겠지요.
 
'새의 눈'과 '발의 눈'을 번갈아 사용하는 독서... 기억해두실만한 표현입니다.
 

소유한 것은 좋아하지 못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열망하는가

소유한 것은 좋아하지 못하고, 소유하지 못한 것을 열망하는가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8월 6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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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논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논리죠... 욕망은 일단 충족되면 사라지고 쾌락도 더는 존속지 않아요. 이를테면 우리는 욕망을 늘 채워지지 않은 상태, 불만족의 상태에서만 느끼죠. 욕망은 충족되면 사라지고 그 충족에서 기대됐던 쾌락도 함께 사라집니다.
돈 후안은 늘 여자들을 유혹하고 '소비한' 뒤에 버립니다. 헤겔은 만족이 늘 불만족으로 변하는 이 '변증법'을 기술했지요. 돈 후안은 자신이 자유롭고 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욕망의 '대상들'에게 의존해 있어요. 그는 자기가 대단한 압제자인 줄 알지만 사실은 마약중독자처럼 사무치는 결핍에 끊임없이 짓눌려 있습니다. (282쪽)
 
 
휴가철이 절정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더위를 잊으려고 철학책을 한 권 집어들었습니다. 프랑스의 현대철학자 뤽 페리가 쇼펜하우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을 했더군요.
"욕망의 논리는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 결핍의 논리다."
욕망은 충족되면 사라지고, 동시에 기대됐던 쾌락도 함께 사라집니다. 그러니 우리는 욕망을 늘 채워지지 않은 상태, 불만족의 상태, 즉 결핍의 상태에서만 느낀다는 얘깁니다.
 
뤽 페리는 또 우리가 일단 이 소비의 역학에 한번 빠지면, 이미 소유한 것은 좋아하지 못하고 아직 소유하지 못한 것을 열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욕망을 실현하기 위해 에너지, 요령, 계책을 쏟아붓게 되기 때문에, 늘 남들과 경쟁하면서 실패, 굴욕, 갈취를 경험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욕망에 중독될수록 우리는 과거에 대한 미련이나 미래에 대한 소망을 탐닉하는데, 사실 과거는 이제 존재하지 않고 미래는 아직 존재하지 않으므로, 그런 우리의 모습은 결국 실질적으로 지금 존재하는 것을 사랑하는 것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번 휴가철에 내가 혹시 지금 '욕망의 논리'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소유한 것은 좋아하지 못하고 아직 소유하지 못한 것을 열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8월 5일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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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기자협회보 이번호에 실린 제 칼럼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입니다.
 
 
<'데이터의 시대'와 미디어>
(예병일)
 
‘데이터의 시대’다.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말’을 한다. 고객은 행동 데이터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다. 그 데이터는 고객 자신도 모르는 그의 본심을 우리에게 말해주기도 한다. 
 
데이터가 ‘결정’도 한다. ‘무얼 읽을지 고민되면 우리가 골라 줄께’라며 아마존이 책을 추천해주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전 일이다. 검색어 분석으로 구글이 보건당국보다 더 빨리 독감 발생 지역을 예상해준다. 이제는 교통정보 데이터가 무인자동차를 운전하기까지 한다. 
 
‘데이터의 시대’는 미디어에게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데이터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미디어 운용에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데이터를 통해 독자와 시청자가 하고 있는 말에 귀 기울이고, 데이터로 많은 사항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변화의 모습을 우리는 워싱턴포스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판매부수 급감으로 경영난에 시달리던 신문사에서 대표적인 ‘혁신 미디어’로 변신에 성공한 미국의 ‘전통 유력지’ 워싱턴포스트. 아마존의 최고경영자 제프 베조스가 인수한 게 2013년 8월이었으니, 정확히 2년 만에 워싱턴포스트는 ‘디지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언론계의 혁신 아이콘이 된 워싱턴포스트는 물론 이 ‘데이터 시대’에도 잘 대응하고 있다. 스티브 힐스 워싱턴포스트 사장은 지난달 조선일보에 실린 인터뷰 기사에서 자사의 혁신전략을 ‘최고의 저널리즘’과 ‘최고의 기술’ 두 가지로 요약했다. 물론 현 단계에서 방점은 ‘최고의 기술’에 찍혀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워싱턴포스트는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팀을 설치했다.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다수의 데이터 전문가들이 고객이 왜 이 기사를 읽었는지 분석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소비자가 원하는 기사를 예측해 제공한다.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특정 기사를 읽은 고객이 그 후에는 어떤 기사를 찾을지 추천해준다. 물론 광고도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적절한 기사와 매칭시킨다. 
 
실제로 베조스와 힐스의 주도하에 워싱턴포스트는 이제 단순한 신문사가 아닌 ‘기술 회사(technology company)’로 성장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로운 웹과 앱을 계속 실험하고 내놓으면서 홈페이지 순 방문자 수가 크게 늘어났고, 자체 개발한 미디어 관련 소프트웨어를 판매하기도 한다.
 
‘기술 회사답게’ 회사 내부에서 ‘독자(reader)’라는 말 대신, ‘고객(customer)’이나 ‘소비자(consumer)’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과거의 독자들과 달리 이제 소비자들은 텍스트 기사는 물론 사진과 동영상을 보고 댓글로 참여하며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힐스 사장은 콘텐츠에 관한 ‘고객 경험’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데스크톱 PC에서 스마트폰, 태블릿까지, 킨들에서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까지, 워싱턴포스트는 출시된 대부분의 디지털 기기에 맞는 앱과 웹페이지를 만들고 해당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UI(사용자 인터페이스)와 UX(사용자 경험)로 콘텐츠를 가공해 제공하려 노력한다. 그 시도를 과학적으로 뒷받침해주는 것이 바로 ‘데이터’이다. 
 
데이터의 시대다. 소비자가 데이터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 신문사든, 방송사든, 고객이 데이터로 속삭이고 있는 말을 ‘경청’할 수 있는 조직만이, 데이터로 많은 사항을 ‘결정’할 수 있는 조직만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시대다.

사생활을 잃음으로써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사생활을 잃음으로써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8월 3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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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를 '마이닝(채굴)'한다는 비유를 흔히 쓰지만, 데이터는 석탄처럼 자연적으로 생겨나는 자원이 아니다. 데이터는 사람으로부터 생성되고 그 사람은 바로 우리다. 기업과 정부는 우리 사생활의 잡다한 조각을 모아 그들이 다룰 수 있는 하나의 모습으로 다시 맞추려 노력한다.
우리가 사생활을 잃을수록 그들의 효율은 더 높아진다. 사생활에 관한 논의에서 기본으로 드는 의문은, 사생활을 잃음으로써 과연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거래의 문제다. (303쪽)
 
 
페이스북의 '좋아요' 버튼을 누른 데이터만 가지고도 전문가들이 알아낼 수 있는 개인정보는 생각보다 훨씬 많습니다. 2012년 영국의 한 연구 팀은 다른 정보 없이 단지 '좋아요' 관련 데이터만으로 그 사람이 백인인지 흑인인지를 95%의 정확도로 알아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남성인지 여성인지는 93%, 동성애자 남성인지 이성애자 남성인지는 88%, 민주당 지지자인지 공화당 지지자인지는 85%, 만21세 전에 부모가 이혼한 사람인지는 60%의 정확도로 알아낼 수 있다고 했지요.
 
그런데 돌아보면 우리는 저자의 표현대로, 관심만 있으면 누구나 추적할 수 있는 엄청난 정보들을 빵부스러기처럼 흘리고 다닙니다. 예컨대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는 순간, 사진에 붙어 있는 Exif 파일을 통해 내가 언제 어디를 방문했는지를 어렵지 않게 알 수 있게됩니다. Exif 파일에는 사진을 찍은 시간, 셔터 스피드, 그리고 대개 사진을 찍은 위도와 경도 등이 암호화되어 기록되니까요. 물론 페이스북만은 아닙니다. 애플이나 구글, 삼성, 나이키 등 많은 기업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우리의 개인 정보 데이터가 흘러 나갑니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의 서비스, 스마트폰 등을 유용하게 사용하는 시대. 하지만 동시에 이런 서비스 이용과 자신의 프라이버시 보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을지 현명하게 결정하며 살아가야하는 시대이기도 합니다.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가져오는 저인플레이션... 고령화, 출산율 하락, 글로벌화

경제의 구조적 변화가 가져오는 저인플레이션... 고령화, 출산율 하락, 글로벌화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7월 30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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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고령화 등에 따른 수요기반 약화, 글로벌화 진전, 유통구조 혁신 등에 따른 국내외 경쟁도 확대 등으로 수요와 공급 측면 모두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약화되었다. 
둘째, 국가패널모형을 이용한 분석 결과, 인구고령화와 글로벌화가 인플레이션의 하락요인으로 작용(disinflationary effect)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이러한 배경 하에서 우리나라 인플레이션 동학의 구조 변화를 점검한 결과, 기조적 인플레이션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되었고 이러한 하락의 상당부분이 구조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이러한 분석 결과는 최근 우리 경제의 저인플레이션이 연달아 발생한 일시적인 공급충격의 영향 뿐만 아니라 구조적 요인에도 기인함을 시사한다. 따라서 이와 같은 인플레이션 동학의 구조 변화를 물가안정목표 설정과 통화정책 운영시 어떻게 감안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9쪽)
 
<인플레이션보고서>(2015년 7월)의 '경제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동학' 중에서(한국은행, 2015.7.30)
 
통화정책을 담당하는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인플레이션 보고서>를 매년 두차례, 1월과 7월말에 발표합니다. 
30일에 발표한 이번 보고서를 보니 '경제구조 변화와 인플레이션 동학' 챕터에 우리 경제노트 가족들도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은 내용이 있어 소개해드립니다.
 
요즘 우리경제에 디플레이션 우려가 종종 제기되고 있지요. 0%대 물가상승률이 계속되면서 나오는 걱정들입니다. 그런데 한은이 고령화, 출산율 하락 등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로 저인플레이션, 즉 저물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쉽게 말해 최근의 낮은 물가 상승률 추세가 유가하락 등에 영향을 받은 일시적인 요인 때문만이 아니며, 상당부분이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요인 때문이라는 얘깁니다.
 
구조변화의 내용과 그것이 미친 영향을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자영업 환경의 악화, 기업-가계간의 소득불균형 확대라는 구조적인 변화가 진행되면서 국민들의 소득기반이 약화됐습니다. 여기에 인구고령화 진전, 가계부채 증가가 더해지면서 소비여력이 감소했습니다. 기업투자도 해외투자가 확대되면서 국내에 대한 투자가 감소했습니다. 모두 수요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을 약화시키는 요인들입니다. 사겠다는 수요가 줄어들었으니 물가가 떨어지는 것이지요.
 
공급측면에서도, 글로벌화 진전, 유통구조 혁신으로 국내 시장에서 경쟁도가 높아지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었습니다. 즉, 자유무역협정 확대와 대형 유통기관들의 시장점유율 확대, 전자상거래 증가, 유통단계의 축소 등이 공급측면에서 물가를 안정시킨, 즉 공급가격을 하락시킨 구조적인 변화인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경제의 '추세 인플레이션'은 2000년대에 3%대에서 움직였지만, 2011~12년 이후 2% 내외로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추세 인플레이션'이란 용어는 소비자물가에서 단기적으로 물가에 충격을 주는 요인을 제거한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니 물가의 큰 흐름이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를 알 수 있는 경제지표인 것이지요.
 
정리해보면, 고령화, 출산율 하락, 글로벌화, 전자상거래 등의 유통혁명 같은 우리경제의 구조적인 변화가 저인플레이션을 가져오고 있다는 얘깁니다. 
 
한은도 이런 인플레이션 동학의 구조적인 변화를 어떻게 통화정책에 적용할지 고민해야겠지만, 우리 경제노트 가족들도 이런 구조적인 변화를 인식하고 기업이나 가계경영에 어떻게 반영할지 고민해야겠습니다.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7월 28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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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 능력을 최선을 다해 발휘하라. 심리학자들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행복의 '설정점'(set point)은 삶의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유전자는 상당한 정도로 이러한 '설정점'을 결정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개인적 기질이나 삶의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기회비용이 높은 사람들에게는 예컨대 TV를 덜 시청하는 것이 한 가지 방법이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내향적인 사람들보다 행복한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이들이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일들- 예컨대 친구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낸다든가, 결혼을 한다든가- 을 더 하려 하기 때문이다. (246쪽)
 
 
"근본적으로 깨달아야 할 점은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지 의도적으로 추구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이 행복을 추구하지만 행복한 삶을 살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 저자인 브루노 프라이는 행복이라는 것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이것을 '쾌락의 역설'이라고도 하는데, 행복만을 추구하면 행복이 더 멀어지지만, 다른 것을 추구할 때는 오히려 행복이 불현듯 가까이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뉴 사이언티스트'라는 학술지의 한 연구논문이 예전에 행복한 삶을 위해 필요한 10가지 핵심 요인들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그 10가지 중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 것이 '선천적 능력을 최선을 다해 발휘하라'라는 항목이었습니다. 행복의 '설정점'(set point)이 삶의 만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그러니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개인적 기질이나 삶의 방식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었습니다.
이밖에 '결혼하라', '친구를 사귀고 이들을 소중히 여겨라', '욕심을 줄여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풀어라' 등도 중요한 요인들로 제시되었습니다.
 
이런 조언들을 참고하면서, 기본적으로 행복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지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초심..."예상치 못한 것을 보고자 한다면 아무것도 예상하지 말라"

초심..."예상치 못한 것을 보고자 한다면 아무것도 예상하지 말라"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7월 27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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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로 '쇼신'이라고 하는 초심은 스즈키 가르침의 요체였다. 그는 이를 단순하게 설명한다.
"초심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선종에서는 단순한 단어가 깊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초심은 초심자의 마음이 아니라 대가의 마음이다. 이는 전문지식이 야기하는 선택과 맹시 너머까지 미치는 주의, 아무것도 추정하지 않고 모든 것을 의식하는 주의이다. 초심은 신비롭거나 종교적이지 않고 실용적이다.
이는 꽃을 살피는 에드몽 알비우스, 새를 살피는 라이트 형제, 캔버스를 살피는 바실리 칸딘스키, 휴대전화를 살피는 스티브 잡스, 종양을 살피는 주다 포크먼, 박테리아를 살피는 로빈 위런이다. (172쪽)
 
 
 
"예상치 못한 것을 보고자 한다면 아무것도 예상하지 말라."
케빈 애슈턴의 말입니다. 그리고 그건 '초심'과 연결됩니다.
 
미국에서 활동했던 스즈키 선사.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초심에는 수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에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예술의 진정한 비결은 언제나 초심자가 되는 것이다."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생각하는 대상'이 아니라 '그곳에 있는 대상' 그대로를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창조도, 발견도, 감동도, 모두 초심에 깃들어 있습니다. 그게 대가의 마음입니다.
 
 

탈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삶

탈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삶  
예병일 이 노트지기의 다른 글 보기 2015년 7월 24일 금요일
월간경제노트구독
리더를 현실에 계속 묶어둘 수 있는 세 번째 특징은 소명이다. 최근에 어떤 질의응답 시간에 꿈과 소명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꿈이란 당신이 정말로 '하고 싶은' 무엇이고, 소명이란 '반드시 해야 하는' 무엇이라고 대답했다. 토머스 에디슨, 헨리 포드,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 주니어,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들의 인생에 대해 생각해 보라. 그들은 평생 동안 강한 사명감에 사로잡힌 사람들이었다. (55쪽)
 
 
여름 휴가철입니다. 좋은 계획 세우셨습니까. 다음주와 그 다음주인 7월말~8월초 2주 동안 가장 많은 사람들이 여름 휴가를 쓴다고 하지요.
 
휴가철에 생각해볼 말에 이런게 있습니다.
 
"다음 휴가 계획을 세울 것이 아니라 탈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삶을 건설해야 한다."
 
베스트셀러 저자인 세스 고딘이 한 말입니다.
 
휴가철에도 '탈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갈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그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나의 소명'에 대해 고민해보고, 그 소명에 따라 살아가려 노력하는 것일 겁니다.
 
저자가 꿈이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 무엇이고, 소명이란 '반드시 해야 하는' 무엇이라고 정의했더군요. 
 
이번 휴가철에는 내게 '탈출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 삶'은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는 시간 가지시면 좋겠습니다.